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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체.

그녀는 매일매일 어머니에게 보여줄 꽃들이 심으며

자신의 몸과 같이 성장해만 가는 정원을 가꾸었다.


헤르만 가문

수도 인근에 있는 공작가로, 제국력 17년부터 약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문으로 제국에서도 꽤 유명한 가문이다. 예전부터 황실의 측근 가문으로 엑스퍼트, 5서클 이상의 실력자들을 다수 배출하여 황실을 위해 제국 내부 반군, 불온 세력 등을 제거함에 힘쓰며 국가, 황실의 안정에 크게 이바지한 가문이다.

전체적으로 칠흑같이 검고 어두운 머리색과 눈동자를 가지고, 이상적인 귀족을 연기하며 권력을 위해 가문원들을 죽이는 것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차가운 이들이 헤르만 가문이다.

그래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듯. 이리 차가운 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한 송이 꽃같이 따스한 봄날의 햇볕 같은 이가 가문에 찾아왔으니. 그 인물이 헤르만 미카엘이다. 미카엘은 그런 아이였다. 정 많고, 순수한, 후계자 자리보단 정원을 가꾸는 것에 더 관심 있는 소녀, 지금 할 이야기는 다른 이들의 과거와 비교한다면 그다지 불행하지도 잔인하지도, 그렇다고 멋있고, 재미있지도 않았다. 보단 유치하고, 지루한 이야기이겠지만 한 아이, 한 사람의 인생사이니 집중해서 끝까지 봐주길 바란다.

온실 속 화초

이런 인생이 계속될 거라 생각했던 이 시점이.. 9살쯤 이던가.

내가 헤르만 가문 태어나고 인생은 그 누구보다 순탄하게 지나갔다. 온실 속 화초. 내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였다. 인생에서 큰 일이라 말할 일들이 없었다. 기껏해야 후계 싸움에 휘말릴 뻔했다는 정도밖에 없었다. 가문 내 여성에 가장 어린아이이기에 후계 싸움에선 벗어날 줄 알았지만, 가문 내 유일한 적통 후계자였기에 무엇보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귀족가였던 헤르만 가에선 태어나자마자 후계자 1순위이자 제거 대상 1순위가 되었다. 난 나이도 다른 가문원들 보다 훨씬 어렸고, 아직 자신을 지킬 능력도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태어났지만 앞서 말했든 난 적통 후계자였다. 헤르만 가의 가주, 나의 원점, 나의 어머니, 가문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자.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나를 세상 그 무엇보다 좋아해 주셨다. 없는 시간도 쪼개가며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주셨다. 같이 광장에 나간다던가, 같이 도서관에도 가주시거나, 같이 정원도 가꾸어주셨다. 난 어머니가 너무나 좋았다.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재밌다.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머니를 그 누구보다 좋아하고 따른 이유는.. 어머니만 계신다면야 내 인생의 어려움 같은 건 없을 거란 것을 인식했던 것 같다. 이 얼마나 운 좋은 아이인가.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다 가질 수 있는 위치. 무엇보다 언제나 믿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어머니만 계신다면 난 이대로 쭉 정원에 있는 꽃들과 같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균열